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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ET-ENT 뮤지컬] ‘타이타닉’ 배우들이 받을 반복적 트라우마, 관객의 환호로 힐링할 수 있을까?

발행일 : 2017-12-01 21:01:52

오디컴퍼니가 만든 뮤지컬 ‘타이타닉’ 한국 초연이 11월 8일부터 내년 2월 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. 1912년 첫 항해에서 침몰한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, 다른 나라의 지나간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 가슴을 후벼 파는 슬픔을 전달하는 작품이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라이브 연주로 진행된 ‘타이타닉’의 뮤지컬 넘버는 오페라의 아리아를 떠올리게 했고, 클래식 분위기의 경건함 속 불안감은 극도의 위험 앞에서 직면하지 못하고 동결이나 회피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이 공연에 감정이입해 몰입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은 트라우마 또한 등장인물처럼 겪을 수 있다. 지속적으로 반복해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, 같은 트라우마를 계속 반복해 겪게 되는 것인데, ‘타이타닉’의 등장인물과 배우 모두를 위로해주는 큰 박수를 보낼 필요가 있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◇ 오페라 같은 뮤지컬, 현실감 강하게 불안감을 자아내는 무대 장치

‘타이타닉’은 라이브로 연주된다. 무대 2층의 오픈된 장소에서의 연주는 마치 타이타닉호에서의 연주하는 느낌을 준다. 이 작품에서 뮤지컬의 노래인 뮤지컬 넘버는 오페라의 노래인 아리아 같은 느낌을 주는데, 극작가 피터 스톤과 작곡가 모리 예스톤은 품격 높은 음악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불안감을 자아내는 무대 장치 또한 눈에 띈다. 객석까지 돌출된 독창적 무대 디자인의 핵심인 계단은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는데, 관객석의 위치에 따라 더욱 실감 나게 보일 수 있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특별한 무대 전환이 없이 진행되면서도 긴장감과 불안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무대 장치와 와이어신이라고 볼 수 있다. 배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석탄을 넣는 장면에서 남자 배우의 팔뚝에 땀이 번들번들 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, 표현에 있어서 사실감을 높이는 디테일 또한 주목됐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◇ 견디기 힘든 극도의 공포에서 선택된 동결과 회피! 직면했다면 어땠을까? 눈앞의 위험을 직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?

1등 항해사 윌리엄 머독(왕시명 분)은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힌 후 스미스 선장(김용수 분)의 지시를 듣지 못하고 멈춰 서 있다. 넋이 나간 상태처럼 보이는데, 심리학적으로 보면 동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머독은 위험을 제대로 인식한 것이지만, 자기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동결 반응을 보인 것이다. 2등 항해사 찰스 라이톨러(이상욱 분)도 정신을 차리고 있는데, 1등 항해사가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비난할 수도 있지만, 경험해 본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는 공포는 어떤 사람이라도 머독처럼 만들 수 있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반면에 배 안에 있던 많은 다른 사람들은 회피를 선택했다. 문제를 덮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는데, 선장은 빙산이 있다는 전보를 여러 차례 받았음에도 믿지 않았고, 배가 빙산에 부딪힌 후에도 별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무책임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 근거 없이 긍정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. 위험과 문제에 직면한다면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회피한다는 것은, 심리학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도덕적으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타이타익호의 사람들이 동결도 회피도 아닌 중간 지점에서 직면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. 그들은 왜 그러지 못했을까? 위험 상황에서 직면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. 정신의 훈련 못지않게 몸의 훈련 또한 필요하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위급한 상황이 되면 정상적인 상태처럼 반응하는 것이 동결이나 회피를 누구나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. 민방위 훈련, 지진 대피 훈련을 시행할 경우 뻔하고 형식적인 것 안 해봐도 다 안다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데, 뻔하고 형식적인 것도 직접 해 본 사람과 최근에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‘타이타닉’은 인간의 오만함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. 대자연 앞에서 오만함, 경험하지 못한 시도에 대한 오만함, 기술력에 대한 오만함, 수차례 위험 경고에 대한 오만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. 이 많은 오만함 중 어떤 한 오만함이 겸손함으로 바뀌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◇ 배우들이 받을 심리적 상처와 트라우마

‘타이타닉’을 보면 모든 배우들은 몰입하여 연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. 해상 사고를 단지 뮤지컬 속 이야기라고만 느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몰입해 감정이입하면 관객으로서 무대를 바라보는 것 또한 무척 힘들다. 특히 마지막의 와이어신에서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생생하게 아프고 힘들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한 번 혹은 여러 번 반복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는데, 매번 공연을 하는 배우들은 매번 트라우마를 반복 경험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. 연습 기간까지 치면 더 긴 시간이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이들은 어떻게 뮤지컬 ‘타이타닉’에서, 뮤지컬 ‘타이타닉’의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? 스스로 자신이 무대에서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부여해 극복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.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스스로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수 있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. 재난 현장에서의 사람들처럼 이 작품의 배우들에게도 심리 상담이 필요할 수 있다. 무대장치 스태프를 비롯한 제작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. 커튼콜 때 관객의 열화와 같은 박수와 환호는 그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어루만질 수도 있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트라우마는 사건성 트라우마와 인간관계 트라우마가 있다. 특정 상황에서 일회성으로 생긴 사건성 트라우마는 초기에 잘 대응하면, 반복적인 사람들의 관계성 속에서 생기는 인간관계 트라우마보다 상대적으로 잘 극복할 수 있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그런데, ‘타이타닉’처럼 트라우마가 생기는 장면을 계속 연기한다는 것은, 같은 트라우마를 계속 반복하게 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 트라우마보다 더 큰 지속성의 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.

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 <‘타이타닉’ 공연사진. 사진=오디컴퍼니 제공>

‘타이타닉’의 가장 큰 특징은 한 배우가 최대 다섯 개의 배역을 연기하는 ‘멀티-롤(multi-role)’ 뮤지컬이란 점인데, 특정 한두 명에 역할이 집중된 것이 아니라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점은 트라우마 또한 특정 배역과 배우에 집중되지 않는다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.

‘타이타닉’에서 가장 인상 깊은 뮤지컬 넘버를 선택하라면, 남편을 혼자 둘 수 없어 구명보트에 타는 것을 거부한 아이다 스트라우스(임선애 분)에게 남편 이시도르 스트라우스(김봉환 분)이 부른 고백의 노래를 선택할 수 있다. 그 순간에 우리는 그들처럼 할 수 있을까?

천상욱 기자 (lovelich9@rpm9.com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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